9. 공간 : 집에 가는 길이었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잎사귀를 잃은 나뭇가지들은 고즈넉하게 서로에게 기대었다. 하늘에선 붉은빛이 무심하게 흩어졌다 뭉쳤다를 반복하고.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 몸을 기분좋게 움츠렸다. 까치가 어디선가 날갯짓하며 날아갔다. 자동차들과 신호등의 불빛이 어슴푸레 밝아지며 모든 것이 평온한 고요함에 푹 잠겨있던 순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 그런 곳 말고. 진짜 집.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